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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머물다 – 영월 정약용 고택에서 김삿갓 문학길까지

by missingjin 2025. 5. 16.

걷다가 머물다 관련사진

걷는다는 건 때로 한 시대를 넘나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강원도 영월, 이곳에는 조용한 산길과 계곡 따라 두 명의 문인이 남긴 자취를 따라 걷는 코스가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 고택(한서헌)에서 시작해 김삿갓의 묘역과 문학길로 이어지는 여정.

한 명은 사색의 철학자였고, 또 한 명은 시와 풍자를 품은 방랑객이었습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역사가 아니라 문장이 들려오고, 길 위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코스 개요

  • 📍 위치: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 🚶‍♀️ 코스: 한서헌(정약용 고택) → 주천강변 → 김삿갓 유적지 → 김삿갓 문학길
  • 🕒 총 거리: 약 5~6km / 소요 약 2시간 30분~3시간
  • 📚 주요 장소: 고택 마루, 강변 산책길, 시비 공원, 묘역 쉼터

1. 한서헌 – 다산의 고요한 글쓰기 공간

정약용 선생이 영월 유배 시기에 머물렀던 고택, 한서헌. 규모는 작지만, 마당과 담장이 고요하게 보존되어 있어 마루에 앉아 글을 쓰기 위한 장소로 최적입니다.

현재는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어 잠시 앉아 머물며 그의 글과 삶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나무 기둥 뒤쪽에 기대어 노트를 펼치고 앉아 있으면 그의 사색과 나의 사색이 이어지는 듯한 조용한 연결감이 느껴집니다.

‘다산’은 유배지에서도 매일 글을 쓰고 정리했습니다. 이곳을 시작으로 걸음을 옮기며 오늘 나 역시 무언가를 적기 시작하는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2. 주천강 따라 걷는 사색의 시간

한서헌을 나서면 주천강이 길을 안내합니다. 넓지 않지만 투명한 강물이 조용히 흐르고, 그 곁을 따라 이어지는 강변 산책로는 말없이 걷기에 가장 좋은 길입니다.

도보 약 20분 정도면 강 너머로 김삿갓 유적지 방향 이정표가 등장하고, 다리를 건너면 숲길과 포장로가 어우러진 문학길 구간이 시작됩니다. 이 길은 단체 관광객보다 혼자 걷는 여행자에게 최적화된 구조입니다. 숲은 적당히 우거졌고, 벤치와 시비가 간간이 등장합니다.

특히 주천강 시비공원에는 한국 현대·고전 시인이 남긴 시편들이 새겨져 있어, 걸음을 멈추고 읽고, 그 자리에서 다시 나만의 시를 써보는 감정이 살아납니다. 글은 쓰려하지 않아도, 걷다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문장들이 있죠.

3. 김삿갓 유적지와 문학길 – 방랑 시인의 여운 따라

길의 마지막에는 김삿갓 묘역과 그를 기리는 작은 전시관, 그리고 김삿갓 문학길이 이어집니다. 이곳은 조용하고 울창한 숲길 안에 위치해 있으며, 문학 공간으로서의 숲이라는 개념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곳입니다.

김삿갓이 남긴 시구들이 곳곳에 새겨져 있고, 그의 삶과 글에 대한 짧은 해설과 함께 시인의 마음에 잠시 앉아볼 수 있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숲 속 데크 쉼터에는 작은 필사노트와 연필이 비치돼 있는 경우도 있어 직접 한 줄을 적고 남기는 공간으로도 기능합니다.

길 끝에는 작은 정자 하나가 있습니다. 나무에 둘러싸여 있는 이 정자에서 노트북이나 수첩을 펼치고, 걷고 난 후 떠오른 문장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역사, 자연, 감정이 하나로 모이는 조용한 종착점입니다.

혼자 머무르기 좋은 숙소

  • 영월 문학스테이: 문학관 근처 조용한 북스테이 / 1인 객실 / 책상, 필사 노트 제공
  • 김삿갓 펜션: 유적지 인근 / 자연뷰 / 다락형 구조로 1인 머무름에 최적
  • 주천강 게스트하우스: 강변 산책로 앞 / 혼자 여행자 많음 / 조용한 라운지

식사 & 카페 추천

  • 한서헌 고택식당: 제철나물 정식 / 조용한 실내 / 여행자 혼밥 가능
  • 영월 독립서점카페: 로컬 책방 겸 카페 / 글쓰기 가능한 창가석 다수
  • 문학길 찻집 ‘시와 숲’: 시 구절과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감성 공간 / 수첩 필사 제공

✍ 이 길에서 쓰면 좋은 글 주제

걷는 동안 떠오른 문장은 종종 내가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시작됩니다. 이 길에서 당신이 적을 수 있는 문장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나 자신에 대한 대화가 될 것입니다.

  • 고요한 고택에서 써보는 나의 하루 제목
  • 김삿갓에게 쓰는 편지 – 나는 왜 오늘도 걷고 있는가
  • 역사 위에 앉아 내가 꺼낸 첫 문장
  •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시 한 편
  • 걸으면서 비워낸 생각, 그리고 남은 감정들

💭 마무리

영월은 소리 없이 깊은 감정을 품고 있는 도시입니다. 그리고 정약용과 김삿갓, 두 문인의 숨결을 따라 걷는 이 코스는 단순한 역사 여행이 아닌 문장과 감정의 회복을 위한 여정입니다.

이 길은 말이 많지 않습니다. 대신 조용히 내 생각을 꺼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적는 문장이, 백 년 전 누군가의 고민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걷고, 멈추고, 적는 이 리듬을 이곳에서 익혀두세요. 다음 길 위에서도 문장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