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없이도 훌쩍 떠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 바로 KTX를 이용한 도보 여행입니다. 도보 여행의 묘미는 느릿하게 걷고, 직접 풍경을 마주하며, 계획 없이도 마음껏 머무는 것이죠. 오늘은 KTX 주요 역을 중심으로 하차 즉시 걷기 좋은 국내 여행 코스 5곳을 소개합니다.
1. 전주역 – 전주천 따라 걷는 한옥마을 도보 여행
KTX 전주역은 도보 여행자에게 이상적인 출발점입니다. 역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이어지는 전주천 산책로는 자연과 도시가 만나는 걷기 코스로, 천천히 걷기만 해도 한옥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전주역 앞 도로를 따라 15분가량 걸으면 전주천 산책길 입구에 도착합니다. 이 길은 강변을 따라 평지로 잘 정비돼 있으며, 데크길과 벤치, 작은 정원들이 이어져 느릿하게 걷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짙은 녹음, 가을에는 단풍으로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전주천을 따라 약 30분 정도 걸으면 한옥마을 초입인 풍남문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 구간은 지역 주민들도 산책 코스로 즐겨 찾는 코스로, 아침에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길을 걷다 보면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주민들 속에서 '현지인의 일상 속 여행'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이 펼쳐집니다. 도보 여행자라면 특정 목적지 없이 골목을 따라 걷는 재미가 큽니다. 한옥마을 내에는 전통 찻집, 수제 도자기 공방, 전주비빔밥 맛집 등이 밀집해 있어 걷는 중간중간 잠시 머무르기 좋은 공간들이 많습니다.
전체 코스 정리:
- 출발: KTX 전주역
- 도보 이동: 전주천 산책길 → 풍남문 → 전주한옥마을 중심부
- 거리: 약 2.5km / 소요 시간: 1시간~1시간 30분
- 난이도: ★☆☆☆☆ (완전 평지, 초보자도 OK)
걷기 팁: 오전 9시 이전 도착하면 한옥마을도 조용하게 즐길 수 있으며, 전주역에는 짐 보관 서비스도 가능하므로 가볍게 이동 가능합니다. 카페 ‘온다’, 찻집 ‘다미’는 도보 중 휴식처로 추천됩니다.
이런 분께 추천: 사진 찍기 좋아하는 혼행족 / 캐리어 없이 떠나는 하루 여행 / 계획 없이 걸으며 리프레시하고 싶은 사람
전주 도보 여행은 ‘기차역 도보 여행’의 대표 사례로, 빠른 이동 + 느린 걷기의 조합을 완벽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걸음을 옮기는 순간부터, 당신의 하루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2. 경주역 – 황리단길부터 대릉원까지 천천히 걷기
신경주역에 KTX가 도착하면, 도보 여행의 진짜 시작은 ‘경주 시내’입니다. 신경주역에서 버스 또는 택시로 약 15~20분이면 경주의 중심지인 황리단길에 도착할 수 있으며, 이 일대는 모든 명소가 도보로 연결되는 ‘걷기 여행’의 천국입니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유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조밀하게 역사 명소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특히 황리단길 → 대릉원 → 첨성대 → 월정교로 이어지는 걷기 코스는, 평지 위에 펼쳐진 문화의 산책로라 불릴 정도로 걷기 좋은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황리단길은 감성 카페와 소품 숍이 가득한 골목으로, 이른 오전이면 아직 문이 닫혀 있지만 오히려 그 조용함 덕분에 골목의 멋스러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시작해 대릉원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거대한 고분들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어서 첨성대 일대로 이어지는 길은 넓은 초원이 펼쳐진 공간으로, 피크닉 매트를 펼쳐 앉아 쉴 수도 있고,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기에도 탁월한 코스입니다. 계절마다 꽃과 나무가 바뀌어 사계절 모두 인기 있는 도보 여행지입니다.
코스 정리:
- 이동: KTX 신경주역 하차 → 경주 시내 버스 또는 택시 이동 (약 20분)
- 도보 코스: 황리단길 → 대릉원 → 첨성대 → 동궁과 월지 → 월정교
- 거리: 약 3.5~4km / 소요 시간: 3~4시간 (중간 휴식 포함)
- 난이도: ★★☆☆☆ (평지 + 약간의 오르막)
경주의 걷기 여행은 도시 전체가 박물관 같은 구조라서, 어디를 어떻게 걸어도 ‘길 자체가 여행’이 됩니다. 특히 혼자 걷는 여행자에게는 고요한 새벽의 황리단길, 고분 사이를 걷는 조용한 오솔길이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도보 여행 팁: 대릉원 근처에 짐 보관 가능한 카페 다수 존재. ‘카페 동궁’, ‘경주상점’ 등은 휴식 공간도 훌륭합니다. 해 질 녘 월정교와 반영 사진은 SNS 인증용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이런 분께 추천: 역사와 감성 골목을 함께 즐기고 싶은 혼행족 / 느릿하게 걸으며 머물고 싶은 도보 중심 여행자 / 가벼운 배낭 하나로 하루 여행을 계획하는 1인 여행객
신경주역에서 멀지 않은 거리, 복잡한 계획 없이도 가능한 여유로운 여행. 경주는 기차에서 내려 가장 아름답게 걸을 수 있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3. 공주역 – 공산성부터 금강변 산책로까지 한적한 역사 도보
KTX 공주역(정안역)은 시 외곽에 위치해 있으나, 시내버스 또는 택시로 20분 이내에 공주 시내에 도착할 수 있어 도보 여행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특히 공주 시내 중심은 대중교통으로도 부담 없이 이동 가능하고, 명소 간 거리가 가까워 걷기 여행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공주 도보 여행의 핵심은 단연 ‘공산성’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 고대 백제 유적지는 도심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산성으로, 아름답게 정비된 성곽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힐링 코스입니다.
성 안에는 사적지, 연못, 포토존 등이 조성돼 있어 천천히 산책하며 1~2시간 정도 머무르기에 적합합니다. 특히 북문 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명소로, 혼자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기 좋은 곳입니다.
공산성 관람을 마친 후에는 성 아래로 내려와 금강변 산책길을 따라 걸으면 또 다른 분위기의 도보 여행이 시작됩니다. 자전거 도로와 산책 데크, 강변 벤치가 이어지는 이 길은 도심에서 유유자적 걷기 좋은 로컬 명소로, 여행자들보다는 지역 주민의 발걸음이 많아 조용하고 한적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송산리고분군까지 도보로 연계할 수 있으며, 중간에는 작은 전통 찻집과 로컬 식당들이 있어 걷는 동안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습니다.
코스 정리:
- 이동: KTX 공주역(정안역) 하차 → 시내버스 25~30분 소요
- 도보 코스: 공산성 → 금강철교 산책길 → 송산리고분군
- 총 거리: 약 3.5km / 소요 시간: 2~3시간
- 난이도: ★★☆☆☆ (성곽길 일부 오르막 포함)
공산성 북문 일대는 해 질 무렵의 분위기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붉게 물든 석양이 금강 위에 비치는 장면은 도보 여행 중 최고의 감성 포인트로 꼽힙니다.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삼각대를 챙겨가도 좋습니다.
도보 여행 팁: 공산성 입장료는 성인 기준 1,200원으로 부담 없으며, 근처에 무료 짐 보관 가능한 관광안내소도 있어 가볍게 걸을 수 있습니다. ‘공주산성시장’도 코스에 포함하면 지역 먹거리 체험도 가능합니다.
이런 분께 추천: 역사유적과 조용한 산책을 함께 원하는 여행자 / 번화가보다 한적한 도시를 걷고 싶은 1인 여행자 / 산책 + 풍경 사진을 즐기는 감성 트래블러
공주는 작고 조용하지만, 걷는 동안 여행자가 중심이 되는 도시입니다. KTX를 타고 빠르게 도착한 뒤, 발걸음은 천천히. 마음은 더욱 깊어지는 도보 여행을 원하신다면 공주는 최적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4. 여수 EXPO역 – 바다 따라 걷는 오동도 + 해양공원 코스
KTX 여수EXPO역은 국내에서 가장 바다와 가까운 기차역 중 하나입니다. 플랫폼을 나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남해 바다의 풍경, 그리고 이어지는 해양공원 산책길은 기차역 도보 여행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힐 만큼 완성도 높은 걷기 코스를 제공합니다.
역에서 도보 3분이면 바로 여수 해양공원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바다를 따라 데크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걷는 내내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남해의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이나 해 질 무렵 시간대는 산책로가 한층 조용하고 감성적입니다.
해양공원을 따라 걸으면 이어지는 곳이 바로 오동도 입구</strong입니다. 오동도는 전국 100대 걷기길에 선정된 곳으로, 울창한 동백나무 숲과 바다 풍경이 어우러진 섬입니다.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1시간이 소요되며, 중간중간 정자, 전망대, 동백나무 숲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혼자 걷는 여행자에게도 안심되는 코스입니다.
특히 오동도 끝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해의 풍경은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사진 촬영이나 명상에도 좋은 장소입니다.
하산 후에는 다시 해양공원을 따라 돌아오며, 여수 밤바다로 유명한 ‘돌산대교 야경’까지 도보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돌산공원까지 이동해 일몰 감상도 추천됩니다.
코스 정리:
- 출발: KTX 여수 EXPO역 하차 → 해양공원 → 오동도 순환길
- 거리: 약 3~4km / 소요 시간: 2~3시간
- 난이도: ★★☆☆☆ (데크길 + 오동도 경사로)
- 연계 가능: 여수 해상 케이블카, 아쿠아플라넷, 돌산대교 전망
여수 도보 여행 팁: 여수EXPO역 내에는 물품 보관함이 잘 마련돼 있어 가볍게 이동 가능하며, 해양공원 주변에는 로컬 해산물 식당과 카페가 밀집해 있어 식사 걱정도 없습니다. 동백꽃이 피는 겨울~초봄 시기에는 오동도의 매력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이런 분께 추천: 바다를 보며 걷고 싶은 혼행족 / 남해의 감성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여행자 / 기차만 타고 바로 출발 가능한 도보 중심 여행을 원하는 사람
여수 EXPO역은 '기차역 도보 여행'이라는 개념을 실현시킨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도착하자마자 걷는 길, 바다와 나무가 함께하는 길, 그리고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야경까지. 이 모든 걸 기차표 한 장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5. 부산역 – 초량이야기길부터 영도대교까지 골목 도보 여행
부산역은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어 도보 여행이 즉시 가능한 기차역입니다. 부산에 도착한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며, 특히 부산역 뒤편 초량동 일대는 감성 골목과 근현대사가 공존하는 특별한 걷기 코스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도보 코스는 ‘초량이바구길’입니다. 이 길은 과거 피란민들이 정착했던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길로, 좁은 골목길과 계단, 레트로 간판, 오래된 주택들이 남아 있는 시간이 멈춘 듯한 장소입니다. 이 코스는 기차역 도보 여행자들에게 가장 부산다운 풍경을 선물합니다.
도보 코스는 부산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의 초량시장 입구부터 시작됩니다. 이어서 168 계단과 모노레일, 이바구 공작소, 이바구 전망대 등을 지나면 부산항과 영도, 남항대교까지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오르막과 계단이 많지만 그만큼 보상이 있는 길입니다.
초량이야기길을 내려오면 바로 이어지는 곳이 영도대교와 부산 근대역사관 일대입니다. 이곳은 부산항 개항기의 흔적이 남은 역사적인 공간으로, 산책 + 역사 탐방이 동시에 가능한 감성 도보 지구로 추천됩니다.
도보 코스 정리:
- 출발: 부산역 1번 출구 → 초량시장 → 초량이야기길 → 168계단 → 이바구 전망대 → 영도대교
- 거리: 약 3km / 소요 시간: 2시간~2시간 30분
- 난이도: ★★★☆☆ (계단 및 언덕 포함)
- 포인트: 부산 근대사 + 골목 풍경 + 바다 전망 + 노포 카페
감성 포인트: 이바구길 중간중간에는 벽화와 오래된 간판, 아날로그한 느낌의 찻집들이 많아 사진 촬영이나 감성 스냅을 남기기에 제격입니다. 특히 168계단 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부산항과 케이블카는 이 길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도보 여행 팁: 부산역 근처에는 코인 락커와 짐 보관 서비스가 잘 마련돼 있어 배낭 하나만 들고 걷기 좋습니다. 초량이야기길은 오르막이 있으므로 가벼운 운동화 착용을 추천하며, 이야기카페(전망대 옆)는 조용한 음악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명소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 부산의 진짜 골목을 걷고 싶은 사람 / 감성 사진을 남기고 싶은 여행자 / 무계획 혼행에 어울리는 당일 도보 여행
기차에서 내린 후 별다른 준비 없이 시작되는 도보 여행. 부산역은 단지 출발점이 아니라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는 문’입니다. 이번엔 그 문을 열고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세요.
걷기 여행자를 위한 꿀팁
- 가벼운 러닝화 또는 트레킹화 필수
- 조용한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걸으면 몰입감 상승
- 지역 관광 앱 설치하면 지도 + 명소 + 화장실 정보 활용 가능
- 물과 간식은 미리 준비 (역 근처 편의점 활용)
맺음말 – 기차만 타면 시작되는 걷기 여행
KTX는 빠르게 이동하면서도, 도착한 도시에서는 느리게 걷는 여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오늘은 하루 동안 나를 위해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캐리어 없이, 가벼운 가방 하나만 들고 KTX에 오르는 순간, 당신의 도보 여행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