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 여행이라 하면 대부분 성산일출봉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 주변에는 아직 관광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진짜 보석 같은 장소들이 많습니다. 성산을 지나 조금만 더 들어가면,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자연, 조용한 마을, 숨은 절경들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성산 외 제주 동쪽의 숨겨진 명소들을 소개하며, 조금 특별한 제주 여행을 계획해보고자 합니다.
1. 하도리 해안도로 – 바다와 말, 그리고 바람의 길
하도리는 성산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조용한 마을입니다. 이곳의 해안도로는 유명 관광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 길의 매력입니다. 하도리 해안도로는 ‘차보다 자전거, 사람보다 자연’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여유롭고 한적합니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길은 오른쪽으로 푸른 바다, 왼쪽으로는 드넓은 풀밭과 한가롭게 풀을 뜯는 제주마를 볼 수 있는 목장 풍경이 이어집니다. 특히 바람이 부는 날엔 바다의 파도 소리와 목장의 바람 소리가 어우러지며, 그 자체로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하도리는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해 겨울철이면 물새와 백로, 두루미 등의 철새가 날아들어 자연 속 생태 체험에도 적합합니다.
또한, 이 지역은 **‘하도 철새 도래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가볍게 걷기에도 좋고, 자전거 대여도 가능해 에코 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근처에는 우도보다 한적한 ‘비양도’ 뷰 포인트도 있어 사진 찍는 이들에게는 비밀 명소로 인기입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SNS용 감성 사진도 충분히 건질 수 있는 숨은 장소입니다.
2. 종달리 마을과 카페거리 – 제주 감성의 정수
종달리는 성산일출봉에서 가까우면서도 놀랍도록 조용한 마을입니다. 바닷가를 따라 작은 어촌 마을이 형성돼 있으며, 오래된 돌담과 낮은 지붕의 집들,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바람이 제주 본연의 정취를 느끼게 해 줍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종달리에는 소규모 감성 카페들이 하나둘씩 자리 잡으면서 ‘로컬과 트렌디함이 공존하는 제주 카페 거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큰 간판 없이 운영되는 이곳의 카페들은 대부분 바다 전망을 갖추고 있으며, 주인장의 개성이 담겨 있어 어디를 가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종달리 해변 자체도 아름답습니다. 맑은 날에는 성산일출봉이 멀리 보이고, 해안선은 사람 손을 타지 않아 더 깨끗하게 유지됩니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이 마을에는 아직 관광버스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여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입니다. 도보로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거나, 근처에 자전거를 대여해 바닷가를 따라 달리다 보면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종달리는 짧게 머물기보다는 한나절 정도 시간을 들여 찬찬히 걸어보고 싶은 마을입니다. 상업화되지 않은 마을 특유의 고요함이 여행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3. 표선 앞바다와 해녀의 부엌 – 현지인의 삶과 맞닿은 여행
제주의 동남쪽, 성산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표선은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모여들기 쉬운 관광지입니다. 그러나 표선에서도 조금만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중에서도 ‘해녀의 부엌’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제주 해녀 문화와 정서가 녹아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실제 해녀들이 운영하거나 연관된 공간으로, 바다를 배경으로 해녀가 직접 채취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성게비빔밥, 전복죽, 해초 샐러드 등은 그날그날 잡은 재료에 따라 바뀌는 진짜 ‘오늘의 메뉴’가 제공됩니다.
식사 후에는 인근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바다 냄새와 함께 제주 해녀들의 작업장, 물질터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습니다. 현지인의 삶이 그대로 스며든 이 풍경은 관광객의 시선이 아닌, 여행자의 시선으로 제주를 바라보게 합니다.
또한 표선 앞바다는 여름철 성수기를 제외하면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해안가에서 책을 읽거나 돗자리를 펴고 하루를 보내기에도 좋습니다. 저녁 무렵에는 해가 천천히 바다로 내려앉으며 제주 동쪽의 낙조를 보여주는 장면도 연출됩니다.
이곳은 여행자에게 제주도의 일상과 숨결이 느껴지는 따뜻한 여행지로, 특별한 액티비티 없이도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결론
제주의 동쪽은 성산일출봉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도리, 종달리, 표선처럼 조용하고 특별한 풍경을 간직한 마을들은 아직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은 적고, 자연은 가깝고, 감성은 깊은 이곳들에서 진짜 제주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보세요. 다음 제주 여행에선 조금만 방향을 바꿔, ‘나만 알고 싶은 동쪽’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감성과 여유, 그리고 진짜 제주가 당신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